[왕실 유물 이야기] 투호(投壺), 건강하고 오래 살기 바라는 마음을 담다.

otimetour
202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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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호(投壺), 조선 1742년(영조 18), 높이 50.5 바닥지름 14.0cm, 창덕21124


기영회(耆英會)와 투호

위 투호는 육각형 긴 목에 둥근 모양의 몸체를 지녔으며, 입구 양쪽으로는 귀[耳]가 달려 있어, 총 세 개의 구멍에 화살을 꽂아 넣을 수 있습니다. 투호의 외면에는 십장생 문양과 다음과 같은 명문이 새겨져 있습니다.  


기영회(耆英會)투호에 새겨진 위 명문은 ‘기영회(耆英會)의 투호사(投壺詞)’라는 내용으로 이유원(李裕元, 1814~1888년)의 『임하필기(林下筆記)』에 실려 있습니다. 투호와 기영회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요? 기영회는 조선시대 나이 70세 이상, 2품 이상 관직을 지낸 고령의 대신들을 예우하기 위한 모임으로, 봄 삼짇날(음력 3월 3일)과 가을 중양(重陽, 음력 9월 9일)에 연회를 베풀었습니다. 기영연(耆英宴) 때 투호의(投壺儀)를 행하고, 투호 놀이를 했다는 기록을 『조선왕조실록』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기영회뿐만 아니라 임금이 잔치를 베풀어 술을 내리고 종친들이 모여 투호를 즐기는 등 궁중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놀이로 행해졌으며, 점차 유희성을 띠며 사대부와 민간에까지 확대되었습니다.


“임금이 경회루에 나아가 양녕대군 이하의 여러 종친들이 투호하는 것을 구경하고 연회를 베풀었는데 밤중이 되어서야 파하였다.”


- 『세종실록』, 세종 14년 8월 15일 -


 “기영연을 훈련원에서 베풀고[투호놀이를 하게하고 차등에 따라 상을 내렸다.] 경연관을 위한 잔치를 모화관에서 베풀었다.” 


- 『중종실록』, 중종 29년 9월 9일 -



투호에는 제작 시기를 알 수 있는 단서가 있습니다. 각(角)이 진 투호의 목에 기영회의 투호악장에 이어 ‘崇禎紀元後百十五年壬戌二月造’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를 통해 숭정 기원후 115년 임술년, 즉 영조 18년(1742년) 2월에 만들어진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장수를 바라는 마음, 십장생

투호에는 ‘기영회의 투호악장’ 외에도 십장생이 새겨져 있습니다. 투호 병의 입구와 양쪽 귀에는 해와 달, 구름, 소나무, 대나무가 새겨져 있으며, 명문이 있는 긴 목 부분에는 인물과 회자(回字) 문양, 그리고 둥근 몸체에는 사슴, 거북, 학, 산, 바위, 파도 문양 등이 양각되어 있습니다. 십장생은 오래 살거나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상징물로 무병장수와 불로장생을 의미합니다. 건강하게 장수하기를 염원하며 십장생도 병풍으로 만들어 경사스러운 궁중 잔치에 펼쳐놓거나, 가구나 공예품 등의 일상 용품에도 십장생을 새겨 넣어 민가에서도 사용했습니다.


 소나무, 달, 대나무인물바위, 사슴, 파도 거북투호가 제작된 1742년(영조 18)에 기영회가 행해졌다는 구체적인 기록은 찾을 수 없어, 이번에 소개하는 투호가 영조 때 특정 기영회를 위해 제작된 것으로는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만수무강과 무병장수를 상징하는 십장생, 노령의 고관들 모임인 기영회에서 행해진 투호놀이를 노래한 투호악장이 새겨진 이 투호에는 건강하고 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투영되어 있습니다. 다가오는 설, 친지들과 한자리에 모여 투호와 같은 민속놀이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더불어 덕담과 정을 나누는 따뜻한 명절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참고 도판) 김홍도, 투호도, 조선후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안보라 (유물과학과 학예연구사)


<출처 : 국립고궁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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