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느낌표’의 경복궁 패션쇼와 관련해 유감을 표명한다

궁궐길라잡이
2006-11-15
조회수 4573
문화유산관련 시민단체들이 모여 구성한 ‘올바른 궁궐의 활용과 보존을 위한 시민모임’에서는 지난 13일 저녁 경복궁 흥례문 앞에서 벌어진 MBC 느낌표 해외문화유산환수를 위한 앙드레김 패션쇼와 관련해 유감을 표명하는 논평을 발표했습니다. 논평을 통해 해외문화유산환수라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궁궐을 패션쇼 무대로 이용한 것은 궁궐의 가치와 특성을 왜곡하는 것으로 적합하지 않다며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느낌표’를 신뢰하는 TV시청자들이 궁궐을 패션쇼 무대로 써도 좋은 곳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면서, 행사장소를 허가해준 문화재청에도 유감을 표시했다. <논평>전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 - MBC ‘느낌표’의 경복궁 패션쇼와 관련해 유감을 표명한다 13일 저녁 경복궁 흥례문 앞에서 벌어진 MBC 방송 프로그램 ‘느낌표’의 문화유산환수를 위한 앙드레김 패션쇼에 유감을 표한다. 그 동안 ‘느낌표’가 해외 문화유산환수에 대한 국민적 공감을 형성한 점은 높이 평가받아야 할 일이다. 그러나 경복궁 패션쇼는 그 장소의 부적합성으로 목적의 정당성을 스스로 훼손하고 말았다. 왜냐하면 잃어버린 문화유산의 환수만큼이나 보유한 문화유산의 가치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궁궐은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문화유산이다. 과거 일제는 조선을 비하하고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계획적으로 궁궐의 문화유산을 훼손하고 왜곡하였다. 궁궐은 왕의 생활공간이자 조선 정치, 행정의 중심이자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일제는 궁궐의 여러 전각을 헐고 일본으로 가져갔으며 그 자리에 조선총독부, 박물관, 미술관을 지었고, 지방 사찰의 탑과 부도를 옮겨 와 전시하고 대규모 박람회를 열었다. 왕이 직접 농사를 짓던 논을 없애고 연못을 확장해 배를 띄웠으며, 케이블카를 설치하고, 동물원과 여관을 만들어 유원지화 했다. 이는 오늘날 많은 이들이 궁궐을 조선시대 소수 권력자의 유희 공간으로 인식하거나, 사적지인 궁궐을 공원 또는 행사하기 좋은 광장으로 인식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따라서 궁궐을 원래의 가치와 특성에 기초해 활용하고 보존하는 것은 일제에 의해 왜곡된 문화역사를 바로잡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경복궁 흥례문 앞에서 벌어진 패션쇼는 해외문화재환수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과 형식면에서 궁궐의 원래 가치와 특성을 왜곡하는 이질적인 행사이다.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장소 선택으로 일제가 기대했던 궁궐 왜곡의도가 되풀이 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해외문화재환수를 위한 행사인 만큼 더욱 더 문화유산의 가치와 특성을 고려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느낌표’를 신뢰하는 TV시청자들이 궁궐을 패션쇼 무대로 써도 좋은 곳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궁궐은 힘 있는 권력기관 행사로 인해 술과 흡연에 얼룩지는 등 함부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경회루 국제검사대회 만찬(2004), 창경궁 세계신문협회 만찬(2005) 등이 그 예이다. 뿐만 아니라 특정 단체의 내부 행사(신사임당의 날), 영화상영, 열린음악회 등 크고 작은 행사가 벌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문화재청의 분별없는 허가기준을 기회삼아 ‘결혼식’ 등 여러 행사를 요청하는 사례마저 늘고 있다. 이는 문화재청이 궁궐의 본래 가치와 특성에 기초한 활용이라는 원칙을 가볍게 보고 ‘문화유산 해외 홍보’ 또는 ‘활용’ 그 자체에 집착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궁궐의 본래가치와 특성에 기초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앞에 열거한 여러 행사와 다를 바 없는 ‘경복궁 패션쇼’를 허가한 문화재청에도 유감을 표한다.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수단과 방법이 그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원래 목적은 퇴색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문화유산 환수운동이 잃어버린 문화유산을 되찾는 좋은 결과를 얻기 바라며 이를 통해 우리사회가 문화유산이 간직한 근본적인 가치와 의미도 함께 인식하고 되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올바른 궁궐의 활용과 보존을 위한 시민모임 <참가단체> 궁궐산책, 문화유산연대회의, 서울KYC 우리궁궐길라잡이, 한국의재발견 우리궁궐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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