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1일 저녁 서울 창경궁 명정전에서 열린 WAN만찬에서 참석자들이 테이블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다. | | ⓒ2005 오마이뉴스 안홍기 | | [2신 : 2일 새벽 2시 20분]
창경궁에서 술·담배를 마음껏? [명정전 WAN만찬 현장] 심각한 훼손 없었지만 여러 문제 노출
세계각국 언론인 7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저녁 7시 30분께 창경궁 명정전에서 열린 세계신문협회 총회 만찬. 이날 심각한 문화재 훼손사태는 없었지만 주요 문화재의 대규모행사 허가문제는 여전히 남았다.
이날 주최측은 문화재 훼손 가능성을 우려하는 여론을 의식했는지 여러모로 애쓰는 모습을 보여줬다. 음식은 미리 만들었다가 전기를 이용해 데워 제공하고, 행사 내내 금연을 강조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는 흡연사례가 자주 목격됐고 일부 참석자들은 행사장 곳곳에서 담배를 피워댔다. 어떤 참석자들은 서너명이 함께 식사테이블에 앉아 담배를 피는 대담함을 발휘했다. 사실 수 백명의 참석자를 일일이 통제하는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다.
또 원칙적으로 반입이 금지돼 있는 술도 대량 반입됐다. 주최측은 명정전 입구에 도착한 참석자들에게 맥주와 샴페인 등의 술을 제공했고 식사에 와인도 포함됐다.
이날 감시활동에 나선 '궁궐의 올바른 보존과 활용을 위한 시민모임'의 천준호 서울KYC 공동대표는 "흡연을 금지하고 주류반입을 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문화재청이 사용허가를 내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관리소 직원뿐 아니라 문화재청 공무원들이 그런 것을 목격하고도 행사를 중단시키기는커녕 제지하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천 대표는 "음식을 전기로 데웠다고 하지만 전기사고로 인해 화재가 일어날 수도 있었다"며 "그런 위험에도 소방차가 대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힘있는 기관이나 단체이기 때문에 문화재에서 큰 행사를 할 수 있게 한다면 결국 문화재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 | ▲ 서울 창경궁 정문 옆 담장에 붙어있는 관람안내판에 '관람객 준수사항'이 명시돼 있다. | | ⓒ2005 오마이뉴스 안홍기 | | 문화재 훼손 감시 요원 20여명 출동
한편 이날 창경궁에는 우리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모인 이들이 있었다. 서울KYC '우리궁궐길라잡이', '우리궁궐지킴이', '문화유산연대', '궁궐산책' 등 6개 관련단체로 구성된 '궁궐의 올바른 활용과 보존을 위한 시민모임' 회원 20여명. 이들은 이번 행사로 창경궁이 훼손되지 않도록 감시하겠다는 뜻을 문화재청에 밝혔고, 문화재청이 수용하면서 감시활동이 이뤄졌다.
이들은 세계신문협회 행사로 창경궁이 훼손되는 일이 없는지를 살피기 위해 각각 점검표와 카메라를 들고 구석구석을 살폈다. 점검항목은 ▲행사목적과 내용 ▲인화물질 사용 ▲오·폐수 배출 ▲야간조명 위험 ▲무대설치 ▲소방시설 ▲관리인원 활동 ▲잔디 및 수목보호 등 21개. 이들은 각자가 수집한 자료와 평가를 취합한 뒤 이번 만찬행사가 창경궁을 훼손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1신 : 1일 저녁 8시 10분]
고궁은 '검사' 술자리, '신문사' 만찬장인가 세계신문협회 창경궁 명정전 만찬 구설수 올라
한국 신문법 폄하 발언으로 언론·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는 세계신문협회(WAN)가 이번에는 문화재 고궁을 만찬장으로 사용해 구설을 낳고 있다.
폐막을 앞두고 있는 세계신문협회 총회가 창덕궁 관람과 함께 창경궁 명정전에서 환송만찬을 열기 때문. 명정전은 사적 123호 창경궁 정전으로 궁궐건물 중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로 꼽힌다. 85년 국보 제226호로 지정됐다.
장소사용심의위원회 사전심의도 안 거쳤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1일 이번 행사를 주최한 한국신문협회(회장 장대환 매일경제 회장)와 문화재청(청장 유홍준)의 특권의식을 비판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9월에도 검사들의 국제검사협회 전체총회 만찬에 국보 224호인 경복궁 경회루 사용을 허가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어 노 의원은 문화재청이 장소사용심의위원회 사전심의를 거친 뒤 허가해야 하는 자체 규정도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3월 11일 문화재청 훈령 67호로 제정된 '궁·능원 및 유적장소 사용허가 규정'에 따르면 창경궁 명정전의 경우 장소사용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허가하도록 하고 있다. 허가 대상도 당해 궁궐과 관련 있는 행사나 공익목적 행사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3월 10일 한국신문협회로부터 창경궁 명정전에 대한 WAN 서울총회 장소협조 공문을 받고 19일 사용을 허가했다. 문화재청 장소사용심의위원회는 구성조차 되지 않은 시기였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궁능활용과 담당자는 "신문협회 고궁 장소사용 허가는 이미 2월에 약식 행사기획안을 제출해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면서 "상부 위원회에서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하부 위원회 심의를 거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행사를 문화재위원회에서 심의하기 어려워 더욱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운용하기 위해 하부에 장소사용심의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아직 위원회 구성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허가의 적정성에 대해 "위원들이 결정한 것이라 뭐라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문화재청, 문화재 임대사업자로 전락하나
하지만 노회찬 의원은 "1200여명이 참석하는 만찬을 허가한 문화재청에 대해 문화재를 보호할 생각이 있는 곳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안일한 의식을 비판했다. 이어 "검사들의 경복궁 만찬과 신문협회 만찬 허용까지 소중히 가꾸고 보존해야 할 문화재가 그들만의 전유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특권층의 도덕성 부재를 꼬집었다.
이날 창경궁 명정전 만찬 감시에 나선 '궁궐의 올바른 보존과 활용을 위한 시민모임'은 "해외언론사 CEO들에게 우리 문화를 소개한다는 명목 아래 활용을 넘어 문화유산의 무분별한 남용이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시민모임의 '궁궐 길라잡이'로 직접 감시활동에 나선 천준호 서울KYC 공동대표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1200여명이 명정전 앞에서 야간에 저녁식사를 한다면 화기사용과 조명, 음식물, 음주행위 등 걱정스러운 장면이 많을 것 같다"며 "패션쇼까지 진행된다"고 전했다.
그는 "명정전 앞마당은 1200여명을 수용할 공간이 되지 못하고 애초 궁궐설계 개념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또 "궁궐활용을 하려면 특성에 근거해 가치의 격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지 이번과 같은 행사는 장소만 빌려주는 셈"이라고 개탄했다. 이런 식으로 고궁사용을 허가하면 결국 힘있는 집단, 계층의 행사 임대장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제정된 '궁·능원 및 유적장소 사용허가 규정'이 문화재 보존에 기여하기보다 되레 장소사용의 합법적 길을 열어놨다는 지적도 나왔다. 천 대표는 "현재 책정된 사용료라면 호텔보다 싸기 때문에 훨씬 격이 높은 고궁에서 행사를 하려고 할 것"이라며 "문화재청이 궁궐 임대사업자로 전락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신문협회는 1200명이 참석하는 이번 만찬 사용료로 창경궁 장소사용료 216만원과 문화재(창덕궁·창경궁) 관람료 456만원 등 모두 672만원을 지불했다. 또 "각국의 영향력 있는 언론인 국제행사인 세계신문협회 총회 문화행사를 고궁에서 열 경우 세계 언론에 우리 고궁의 아름다움을 홍보, 선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고궁행사 취지를 적시했다. |
[2신 : 2일 새벽 2시 20분]
창경궁에서 술·담배를 마음껏?
[명정전 WAN만찬 현장] 심각한 훼손 없었지만 여러 문제 노출
세계각국 언론인 7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저녁 7시 30분께 창경궁 명정전에서 열린 세계신문협회 총회 만찬. 이날 심각한 문화재 훼손사태는 없었지만 주요 문화재의 대규모행사 허가문제는 여전히 남았다.
이날 주최측은 문화재 훼손 가능성을 우려하는 여론을 의식했는지 여러모로 애쓰는 모습을 보여줬다. 음식은 미리 만들었다가 전기를 이용해 데워 제공하고, 행사 내내 금연을 강조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는 흡연사례가 자주 목격됐고 일부 참석자들은 행사장 곳곳에서 담배를 피워댔다. 어떤 참석자들은 서너명이 함께 식사테이블에 앉아 담배를 피는 대담함을 발휘했다. 사실 수 백명의 참석자를 일일이 통제하는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다.
또 원칙적으로 반입이 금지돼 있는 술도 대량 반입됐다. 주최측은 명정전 입구에 도착한 참석자들에게 맥주와 샴페인 등의 술을 제공했고 식사에 와인도 포함됐다.
이날 감시활동에 나선 '궁궐의 올바른 보존과 활용을 위한 시민모임'의 천준호 서울KYC 공동대표는 "흡연을 금지하고 주류반입을 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문화재청이 사용허가를 내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관리소 직원뿐 아니라 문화재청 공무원들이 그런 것을 목격하고도 행사를 중단시키기는커녕 제지하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천 대표는 "음식을 전기로 데웠다고 하지만 전기사고로 인해 화재가 일어날 수도 있었다"며 "그런 위험에도 소방차가 대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힘있는 기관이나 단체이기 때문에 문화재에서 큰 행사를 할 수 있게 한다면 결국 문화재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창경궁에는 우리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모인 이들이 있었다. 서울KYC '우리궁궐길라잡이', '우리궁궐지킴이', '문화유산연대', '궁궐산책' 등 6개 관련단체로 구성된 '궁궐의 올바른 활용과 보존을 위한 시민모임' 회원 20여명. 이들은 이번 행사로 창경궁이 훼손되지 않도록 감시하겠다는 뜻을 문화재청에 밝혔고, 문화재청이 수용하면서 감시활동이 이뤄졌다.
이들은 세계신문협회 행사로 창경궁이 훼손되는 일이 없는지를 살피기 위해 각각 점검표와 카메라를 들고 구석구석을 살폈다. 점검항목은 ▲행사목적과 내용 ▲인화물질 사용 ▲오·폐수 배출 ▲야간조명 위험 ▲무대설치 ▲소방시설 ▲관리인원 활동 ▲잔디 및 수목보호 등 21개. 이들은 각자가 수집한 자료와 평가를 취합한 뒤 이번 만찬행사가 창경궁을 훼손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1신 : 1일 저녁 8시 10분]
고궁은 '검사' 술자리, '신문사' 만찬장인가
세계신문협회 창경궁 명정전 만찬 구설수 올라
한국 신문법 폄하 발언으로 언론·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는 세계신문협회(WAN)가 이번에는 문화재 고궁을 만찬장으로 사용해 구설을 낳고 있다.
폐막을 앞두고 있는 세계신문협회 총회가 창덕궁 관람과 함께 창경궁 명정전에서 환송만찬을 열기 때문. 명정전은 사적 123호 창경궁 정전으로 궁궐건물 중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로 꼽힌다. 85년 국보 제226호로 지정됐다.
장소사용심의위원회 사전심의도 안 거쳤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1일 이번 행사를 주최한 한국신문협회(회장 장대환 매일경제 회장)와 문화재청(청장 유홍준)의 특권의식을 비판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9월에도 검사들의 국제검사협회 전체총회 만찬에 국보 224호인 경복궁 경회루 사용을 허가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어 노 의원은 문화재청이 장소사용심의위원회 사전심의를 거친 뒤 허가해야 하는 자체 규정도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3월 11일 문화재청 훈령 67호로 제정된 '궁·능원 및 유적장소 사용허가 규정'에 따르면 창경궁 명정전의 경우 장소사용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허가하도록 하고 있다. 허가 대상도 당해 궁궐과 관련 있는 행사나 공익목적 행사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3월 10일 한국신문협회로부터 창경궁 명정전에 대한 WAN 서울총회 장소협조 공문을 받고 19일 사용을 허가했다. 문화재청 장소사용심의위원회는 구성조차 되지 않은 시기였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궁능활용과 담당자는 "신문협회 고궁 장소사용 허가는 이미 2월에 약식 행사기획안을 제출해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면서 "상부 위원회에서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하부 위원회 심의를 거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행사를 문화재위원회에서 심의하기 어려워 더욱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운용하기 위해 하부에 장소사용심의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아직 위원회 구성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허가의 적정성에 대해 "위원들이 결정한 것이라 뭐라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문화재청, 문화재 임대사업자로 전락하나
하지만 노회찬 의원은 "1200여명이 참석하는 만찬을 허가한 문화재청에 대해 문화재를 보호할 생각이 있는 곳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안일한 의식을 비판했다. 이어 "검사들의 경복궁 만찬과 신문협회 만찬 허용까지 소중히 가꾸고 보존해야 할 문화재가 그들만의 전유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특권층의 도덕성 부재를 꼬집었다.
이날 창경궁 명정전 만찬 감시에 나선 '궁궐의 올바른 보존과 활용을 위한 시민모임'은 "해외언론사 CEO들에게 우리 문화를 소개한다는 명목 아래 활용을 넘어 문화유산의 무분별한 남용이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시민모임의 '궁궐 길라잡이'로 직접 감시활동에 나선 천준호 서울KYC 공동대표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1200여명이 명정전 앞에서 야간에 저녁식사를 한다면 화기사용과 조명, 음식물, 음주행위 등 걱정스러운 장면이 많을 것 같다"며 "패션쇼까지 진행된다"고 전했다.
그는 "명정전 앞마당은 1200여명을 수용할 공간이 되지 못하고 애초 궁궐설계 개념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또 "궁궐활용을 하려면 특성에 근거해 가치의 격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지 이번과 같은 행사는 장소만 빌려주는 셈"이라고 개탄했다. 이런 식으로 고궁사용을 허가하면 결국 힘있는 집단, 계층의 행사 임대장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제정된 '궁·능원 및 유적장소 사용허가 규정'이 문화재 보존에 기여하기보다 되레 장소사용의 합법적 길을 열어놨다는 지적도 나왔다. 천 대표는 "현재 책정된 사용료라면 호텔보다 싸기 때문에 훨씬 격이 높은 고궁에서 행사를 하려고 할 것"이라며 "문화재청이 궁궐 임대사업자로 전락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신문협회는 1200명이 참석하는 이번 만찬 사용료로 창경궁 장소사용료 216만원과 문화재(창덕궁·창경궁) 관람료 456만원 등 모두 672만원을 지불했다. 또 "각국의 영향력 있는 언론인 국제행사인 세계신문협회 총회 문화행사를 고궁에서 열 경우 세계 언론에 우리 고궁의 아름다움을 홍보, 선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고궁행사 취지를 적시했다.
2005/06/01 오후 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