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서울을 방문한 다음 날, 예매한 기차 시간 때문에 여유 시간이 많이 남아 덕수궁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유난히 쌀쌀한 겨울 정취가 느껴지는 오후 시간 덕수궁 초입 부분에서 우연히 김혜옥 해설사님의 설명에 이끌려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 평소라면 의식도 하지 못하고 지나쳤을 건물들에도 그 나름의 다양한 사연과 역사가 존재한다는 것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해설사님의 정갈하고 짜임새 있는 설명을 듣고 있자면 마치 달필로 쓰인 종이 위 역사의 문장들이 소리로 변한 듯했습니다. 그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서, 저는 대한제국을 선포하며 황제의 자리에 오른 고종의 결연한 의지를 보았고, 시대의 격변 속에서도 우리의 주권을 지키려 노력했던 모습을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평소 쇠락하고 부패했던 일제강점기의 무능한 왕이라고만 생각했던 고종도 딸을 아꼈던 인간적인 모습을 가진 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처음부터 해설을 방해하던 지방지역 관장이라고 떠들어대시던 어떤 이상한 아저씨의 태클에도 무례한 언사 없이 계속 해설을 해주시려는 침착한 모습에 감명받기도 했습니다. 그 무례한 아저씨는 몇 번씩이나 끼어들어 자기의 지식을 자랑하시려고 하고, 경우에 맞지 않는 언사로 절로 인상을 찌푸리게 했었는데 평소 해설을 하시면서 얼마나 다사다난한 일이 많이 벌어질지 상상이 되어서 더 대단하시다고 생각했습니다.
역사의 다양한 일면을 담은 덕수궁이 우리의 아픔과 자존, 희망과 좌절이 모두 녹아있는 마치 부서진 도자기를 붙여놓은 우리 근대사의 상징처럼 느껴졌습니다. 생계에 급급해서 야근과 일에 치여 하루하루 살아 내기에 바빴는데, 일상에서 벗어나서 다시 한번 한국인으로서의 감수성을 일깨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고, 평소 생활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역사적인 사건과 사실들을 현장에서 보고 듣고 경험할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보수도 받지 않고 오직 역사에 대한 사랑만으로 이 일을 하신다는 해설사님의 말씀에, 묵묵히 역사의 진실을 지키는 무명의 파수꾼들이 있기에 우리의 미래가 희망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아오는 길, 다음에 서울을 찾을 때, 꼭 다른 궁의 해설 시간에 맞춰서 방문하자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도 또 다른 역사의 편린을 가슴에 새길 수 있기를 고대하겠습니다.
- 우연히 덕수궁을 방문한 어느 겨울 막바지에 드림.
정말 오랜만에 서울을 방문한 다음 날, 예매한 기차 시간 때문에 여유 시간이 많이 남아 덕수궁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유난히 쌀쌀한 겨울 정취가 느껴지는 오후 시간 덕수궁 초입 부분에서 우연히 김혜옥 해설사님의 설명에 이끌려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 평소라면 의식도 하지 못하고 지나쳤을 건물들에도 그 나름의 다양한 사연과 역사가 존재한다는 것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해설사님의 정갈하고 짜임새 있는 설명을 듣고 있자면 마치 달필로 쓰인 종이 위 역사의 문장들이 소리로 변한 듯했습니다. 그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서, 저는 대한제국을 선포하며 황제의 자리에 오른 고종의 결연한 의지를 보았고, 시대의 격변 속에서도 우리의 주권을 지키려 노력했던 모습을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평소 쇠락하고 부패했던 일제강점기의 무능한 왕이라고만 생각했던 고종도 딸을 아꼈던 인간적인 모습을 가진 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처음부터 해설을 방해하던 지방지역 관장이라고 떠들어대시던 어떤 이상한 아저씨의 태클에도 무례한 언사 없이 계속 해설을 해주시려는 침착한 모습에 감명받기도 했습니다. 그 무례한 아저씨는 몇 번씩이나 끼어들어 자기의 지식을 자랑하시려고 하고, 경우에 맞지 않는 언사로 절로 인상을 찌푸리게 했었는데 평소 해설을 하시면서 얼마나 다사다난한 일이 많이 벌어질지 상상이 되어서 더 대단하시다고 생각했습니다.
역사의 다양한 일면을 담은 덕수궁이 우리의 아픔과 자존, 희망과 좌절이 모두 녹아있는 마치 부서진 도자기를 붙여놓은 우리 근대사의 상징처럼 느껴졌습니다. 생계에 급급해서 야근과 일에 치여 하루하루 살아 내기에 바빴는데, 일상에서 벗어나서 다시 한번 한국인으로서의 감수성을 일깨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고, 평소 생활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역사적인 사건과 사실들을 현장에서 보고 듣고 경험할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보수도 받지 않고 오직 역사에 대한 사랑만으로 이 일을 하신다는 해설사님의 말씀에, 묵묵히 역사의 진실을 지키는 무명의 파수꾼들이 있기에 우리의 미래가 희망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아오는 길, 다음에 서울을 찾을 때, 꼭 다른 궁의 해설 시간에 맞춰서 방문하자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도 또 다른 역사의 편린을 가슴에 새길 수 있기를 고대하겠습니다.
- 우연히 덕수궁을 방문한 어느 겨울 막바지에 드림.